2018 추수감사절 편지

사랑하는 성도님들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편지를 쓸 때마다 참 어색하고 어려운 마음이 듭니다. 글을 쓰는 일을 평생의 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아직도 어색하고 쑥스러운 일입니다. 이제 적응할 만도 한데 말이지요. 스페셜 편지를 발송할 때마다 아직 잘 적응되지 않는 일이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그것은 편지와 함께 특별 감사헌금 봉투를 동봉하는 일이었습니다.

2015년 처음 노스필드장로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와서 모든 것이 새롭고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처음엔 남,녀 성도님들이 따로 따로 식사하시는 것이 참 이상했습니다. 프로젝터가 너무 흐린 것도, 마이크 줄이 빨주노초인 것도, 예배실 온도가 너무 높은 것도, 찬양팀이 없는 것도, 등록하자마자 넘버링된 헌금봉투를 주시는 것도 참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요. 이제 너무 익숙하기만 합니다. 단순히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이해되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이해가 되니, 점점 더 익숙해졌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이제 담임목사가 익숙해지시나요? 처음엔 막내아들보다 어린 목사가 담임목사라는 사실이 어색하셨을테고, 찬양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어색하셨을테고, 찬양을 하다가 방언하는 것도 어색하셨을테고, 예배 중에 자꾸 따라하라고 부탁하는 것도 어색하셨을테고, 아직 그럴 나이도 아닌데, 뭘 자꾸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는 것도 참 이상하셨을 겁니다. 지금은 조금 익숙해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라기는 많이는 불편하지 않으셨기를… 이제는 좀 익숙하고 편해지셨기를 소원해 봅니다.

전 이제 우리교회가 참 편하고 익숙합니다. 이제 우리 성도님들이 하시는 모든 일들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고,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하시는지 이해가 되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말자고 제대로 말씀을 드리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는 “3년동안은 아무것도 바꾸려고 하지마라”는 여러 선배들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순히 선배들이 그렇게 조언해 주었기 때문 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조언에 대해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목회자의 생각이 옳은 것만은 아니니 겸손을 가지라는 것이었고, 둘째로, 바꾸려 하기 전에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었고, 셋째로 교회가 목회자를 자기 사람으로 받아 줄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으로 오신 후에 30년을 기다리셨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3년 반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 때 하나님께서 주신 감동이 옳았다고 생각됩니다. 약속했던 3년이 지났으니 태도를 달리하겠다는 말씀은 절대 아닙니다. 절대 당황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태도를 바꿔서 헌금봉투를 동봉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이미 특별감사 헌금봉투가 이 편지와 함께 동봉되었습니다.

처음 편지봉투를 동봉하는 것이 왜 불편하게 여기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왜 불편한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유는 한 가지였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성도님들이 편지와 함께 들어 있는 헌금봉투를 보면서 무엇이라 여길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헌금을 강요하는 목사처럼 비춰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목사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니 무엇이어야 하나 생각해 봅니다.
목사는 하나님과 성도님들 사이에 중매자로 서는 사람이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목사는 하나님과 성도님들이 더 친밀한 사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고, 성도님들과 하나님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목사는 그래서 일명 연애를 코칭하는 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볼 때에 하나님과 연애를 하기를 원하는 분들께 혹은 아직은 부담스러워 하는 성도님들께 추수감사절에 목사는 무엇이라 코칭하는 것이 옳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냥 부담스럽게 해드리지 않으면 되는가? 아님 부담을 갖게 되시더라도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중요한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부담 없이 하나님께 다가갈 수 있도록 자리를 잘 마련하는 사람이 제일 좋은 중매자이겠지요. 그런 좋은 목회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헌금봉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참 재미있더라구요. 정작 우리 성도님들은 특별감사헌금 봉투 때문에 전혀 불편해 하시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고 오히려 기쁘게 여기시며 하나님께 특별한 마음을 담아 드릴 기회로 여기신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목사만 오히려 불편하게 생각했구나하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목회자보다 훨씬 성숙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특별한 예물을 준비해오셨던 성도님들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게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편하게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을 나눠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써 6년 전 이야기입니다. 큰딸, 다은이가 아빠가 카누를 갖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돈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전 해에 쿠폰을 만들어서 주면서 1년 후에는 꼭 아빠한테 카누를 사줄 것이라고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쿠폰인지요. 아빠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그걸 자기가 사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니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요. 그것만으로 전 다은이에게 충분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해 제 생일이 다가올 때에 아내가 제게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여보 다은이가 돈을 꽤 모았나봐… “ 동생들에게 자기가 150불을 낼테니 동생들도 좀 도와주면 아빠 카누를 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겁니다. 그냥 해 본 말이 아니었던 거지요. 진짜로 아빠 카누를 사주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어찌어찌 150불을 모았다는 겁니다. 얼마나 기특하고 이쁜지요. 그런데 문제는 동생들이었습니다. 자기들은 돈이 별로 없으니 할 수 없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적은 돈이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달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자기들이 가진 돈이 20불이니 거기서 10불만 내겠다고 한 모양입니다. 둘째도 셋째도 자기가 가진 것을 다 주기에는 부담이 되었나 봅니다. 그러니 다은이도 마음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그럼 다 안 낼래… 왜 나만 있는 걸 다 내야해, 그럼 나도 안 할래 그러면서 서로 말 다툼이 있더랍니다. 그 얘기를 듣는데 갑자기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거지요. 한다고 했으면 해야지… 치사하게 짜식들이…

그 때 쯤 제게도 돈이 좀 생겼습니다. 세금보고 한 것이 꽤나 많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내게 선물하려고 한 돈의 두 배를 아이들에게 돌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겠노라고. 아이들에겐 아빠 선물에 대해서 이렇고 저렇고 말하지 말고 그냥 지켜봐 달라고 아내에게 부탁을 해 두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말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이들에게 은근히 말해 주기를 바랬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아내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결정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든지요. 때론 서운하기도 하고, 때론 행복하기도 하구요.

결국 다은이는 100불을 내어놓았고, 동생들은 각각 10불씩을 내어 놓았습니다. 아빠 카누사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난 다음 날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아빠가 너희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며 아이들이 선물 사라 준 액수에 두 배의 금액을 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너희들이 그 귀한 마음이 너무 고맙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빠의 마음이니 받아주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 때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다은이는 가진 것을 다 드리지 못해서 미안해했구요. 둘째와 막내는 더 했으면 더 많이 용돈 받았을텐데 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우리를 마음껏 축복하시며 갚아주시길 원하신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제가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살짝 아이들에게 축복하고 싶은 마음을 알려주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어쩜 하나님께서 여러 성도님들을 축복하시고 싶은 마음을 저를 통해서 성도님들게 살짝 알려주라고 말씀하시고 계신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전 이제 우리교회가 세상에서 제일 좋고, 제일 편합니다. 지난 10월 시카고성가대합창제 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시카고에서 제일 주목하시고 계신 교회라 믿어집니다. 일부러 애써 믿으려 하지 않아도 그런 믿음이 자꾸 생깁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처음부터 말씀하시고, 약속하신대로 시카고에서 가장 큰 교회(감사가 넘치고, 사랑이 넘치고, 겸손하며, 가장 잘 섬기는)가 되게 하실 줄로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바꾸어 주시고 계십니다.

올 해도 최선을 다해 수고해주신 모든 성도님들, 부교역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이 모든 일을 이루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모두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노스필드 장로교회 강선우 목사 드림